영어공부라면 평생 그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했다. 대입 스트레스를 영어 공부로 풀 정도였으니 고민할 것도 없이 한국외국어대 영어교육과에 진학했다. 대학 땐 회화 실력을 쌓으려 미군 부대를 찾아다녔고, 졸업하고선 외국인 회사에 취직해 하루 종일 영어만 쓰며 지내기도 했다.
이후 교사가 되어 15년 동안 아이들에게 영어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살았다. 그랬던 영어가 언젠가부터 좌절감을 주고 교사로서 전문성에 회의가 들게 만들었다.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온 교사 초년생이 영어 전문가로 대접받을 정도로 영어 말하기 열풍이 분 것이다. ‘나는 왜 원어민처럼 말할 수 없을까.’ 교사 어학연수의 기회를 얻어 미국에 한 달 다녀오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유학뿐이었다.
2006년 마흔둘의 나이에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로 가서 TESOL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러고서 2년 반, 서툰 영어지만 전 과목 A학점을 받으며 학위를 마치고 깨달은 건 바로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새로운 시각이었다. 30년 영어 공부를 하고 20년 영어 교사로 지낸 자신마저 영어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잘못된 교육 목표 때문이었다. 지금도 원어민이 되려 죽자 살자 공부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왜 그들과 달라야 하고 다를 수밖에 없는지 알려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