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시대의 희망 농업 보고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앞두고 정부와 농민․시민회단체와의 대립각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한․미 FTA, 도하개발어젠다(DDA) 등으로 국제 정세는 급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 농업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한국 농업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가? 절체절명의 이 시기, 한국 농업의 활로는 없는가?
『한국의 부농들』은 이러한 절박한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갈 무기가 있다고 답한다.
이 책의 필자인 박학용, 차봉현 기자는 만 2년 이상을 한국의 농업 현장을 발로 뛰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성공한 농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그들의 성공 비결을 차분히 분석함으로써 우리 농민들이 이들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정책 당국자들에게도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히 복지 차원에서 지원금을 몇 푼 쥐어 주거나 세금을 감면해 주는 소극적인 지원이 아니라 한국 농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도 명확히 하고 있다. 농업이야말로 21세기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이 책을 통해 단순한 희망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보호막 없는 농업, 무엇으로 생존할 것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으로 온 나라가 갈라지고 있다. 지난 2월에 이어 6월 27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FTA 공청회 역시 이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항의로 무산되었다. 정부는 공청회를 방해하는 세력은 엄단하겠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또 민주노총은 7월 12일 한․미 FTA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영화인 단체들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저지하겠다고 거리로 나섰다.
바야흐로 한․미 FTA를 둘러싸고 이를 추진하는 정부와 반대하는 단체들 간에 뜨거운 한판 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우리 정부는 정치·경제 등 다방면에서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지만 농업 분야 등에서는 당장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협상 결과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한․미 FTA 체결 후 우선 농산물에 대한 관세율은 대폭 감축될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을 제외한 농축산물의 관세감축 시나리오에 따라 국내 농업생산이 1조1500억~2조2800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품목별 감소액을 살펴보면 곡물류 1661억 원, 과일·채소·견과류 4758억 원, 축산물 8792억 원, 우유·낙농 3131억 원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농업을 보호할 어떠한 바람막이도 없는 위기의 순간, 국가적 보호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경쟁했던 우리 농업 역시 도도한 세계화, 개방화의 파고를 넘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한 지금, 우리 농업은, 한국의 농사꾼은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과연 우리 농업에 미래는 있는가?
『한국의 부농들』에 등장하는 한국의 농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러한 절박한 질문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대답한다. 우리 농업이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농업과 식품의 경우 ‘가격’ 변수뿐 아니라 품질과 안전성, 다양한 조리 기법과 유통 방법 등이 우선 변수라는 것이다. 그러니 경쟁력을 잘만 북돋우면 하나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일갈한다.
농업은 장기 투자 사업입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면 소비자를 오래 붙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제값 받고 판매한다는 신념으로 농사를 짓다 보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농업은 예나 지금이나 뿌린 대로 거두는 정직한 일이니까요. (김병귀 씨)
모두 농업에는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이 도전해 볼 만한 산업입니다. 고급화, 차별화된 농산물을 만들어 국제 경쟁력을 갖춘다면 농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양일영 씨)
시장 개방을 하더라도 틈새 시장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습니다. 문호를 닫고 경쟁하지 않으면 우리 농업은 오히려 퇴보할 수 있습니다. (이영춘 씨)
한국 농업, 희망은 있다
『한국의 부농들』은 성공한 부농의 단순한 성공담을 담은 책이 아니다. 이 책의 필자인 박학용, 차봉현 기자는 만 2년 이상을 한국의 농업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성공한 농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그들의 성공 비결을 차분히 분석함으로써 우리 농민들이 이들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정책 당국자들에게도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히 복지 차원에서 지원금을 몇 푼 쥐어 주거나 세금을 감면해 주는 소극적인 지원이 아니라 한국 농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도 명확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우리 농업의 희망을 찾는다는 것이다. 세계화, 개방화에 두 손 놓고 있거나 준비 없이 대안 없는 반대만 외치다 당할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이 책 곳곳에서 ‘인재’를 강조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다. 도시에서, 기업에서 상처받은 질 높은 젊은 인재들이 농업에 눈을 돌린다면, 그들의 잠재력을 농업에 투자한다면 농업은 결코 사양 산업이 아니며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8명 부농들의 성공 비결
우선 품질로 승부한 경우가 있다. 저렴한 가격 대신 믿음을 판 김병귀 씨(유기농 채소 재배), 고급화 전략을 구사한 양일영 씨(매실 닭 양계), 한 우물을 파서 성공한 김찬오 씨(명품 귤 생산), 명품으로 승부한 장영수 씨(명품 쌀 생산), 청결과 위생을 최우선으로 한 이계운 씨(청정돼지 양돈), 질 좋은 매실로 승부한 홍쌍리 씨(매실농장 운영) 등이 수입 농산물의 거센 추격을 품질과 경쟁력으로 이겨냈다.
문화와 서비스로 승부한 사람들도 있다. 배 농장에서 음악 축제를 여는 등 농업에 고급 문화를 접목한 이윤현 씨 부부(배 농장 운영), 방문자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한상열 씨(토고미 마을),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기열 씨(부래미 마을), 농촌의 일상을 상품화한 김주헌 씨(신론리), 늘 새로운 농촌 체험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권혁진 씨(상호리)는 농업에 문화와 서비스를 접목해 성공한 사례다.
그리고 장생도라지 가공품을 만든 이영춘 씨나 조리법이 간편한 5분 청국장을 만든 전금자 씨, 허브 가공품을 생산하는 이종노 씨, 프로폴리스 가공품을 만든 이기준 씨, 흙 없는 잔디를 만든 유제선 씨 등은 아직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성공한 경우다.
농업에 마케팅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이제 농업인들도 농사꾼에서 벗어나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농업 최고경영자(CEO)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딸기 화분이라는 미끼 상품으로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한 이용철 씨(락 딸기 생산), 직판으로 고객을 찾아간 쌀 농사꾼 윤용균 씨, 갓 도정한 쌀을 유통하는 이종우 씨, 고객에게 정성을 쏟는 최성희 씨(주말농장 운영), 뉴질랜드와 제휴를 맺어 참다래를 생산․유통하는 정운천 씨, 유기농 채소를 생산․유통하는 강용 씨, 통합 경영으로 승부하는 김홍국 씨 등이 바로 그들이다.
연구 개발로 승부한 이들도 있다. 깎아 먹는 홍시를 개발한 백성준 씨, 5℃ 이온쌀을 개발한 나준순 씨, 황토 느타리버섯을 개발한 이해곤 씨, 6년근 인삼을 생산․가공하는 김정환 씨, 가야곡 왕주를 만드는 이준연 씨 등은 여느 기업 못지않게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연구 개발에 힘썼다.
그들의 성공 비결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농업에 희망이 있음을, 농업이야말로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다는 필자들의 주장이 결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