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심히 청바지를 입을 수 없을 것이다!
옷에 붙은 ‘Made in ○○○’ 라벨만 보고는 그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연관된 수많은 국가, 무역 조약, 그리고 사람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현장 중심의 폭넓은 취재를 바탕으로 패션 산업 현장에서 옷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목화를 채취하는 노동자부터 캄보디아의 열악한 섬유 공장에서 일하는 소녀, 이탈리아의 원단 제조업자 그리고 뉴욕의 일류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안테나는 전 세계를 아우른다. 노동자 인권, 세계화된 시장, 환경 오염과 공정 무역,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질문들을 읽고 나면, 청바지를 입을 때마다 자연스레 이 책의 등장 인물들이 떠오를 것이다.
청바지의 복잡다단한 탄생 과정과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
“당신이 지금 입고 있는 청바지는 어디서 만든 건가요?” 이런 질문을 받고 “그거야 라벨만 확인하면 되는 거 아냐? 간단하잖아!”라고 생각한다면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를 읽어 보라 권하고 싶다. 원산지를 알려 주는 ‘메이드 인 ○○○’ 라벨만 보면 한 벌의 옷은 한 국가에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실상은 여러 나라를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메이드 인 페루’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하더라도, 텍사스의 목화를 가지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방직한 후 리마에서 재단과 재봉 과정을 거쳐 멕시코시티에서 워싱 처리와 마무리 작업을 끝낸 후 로스앤젤레스를 통해 유통되는 식이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청바지의 이 같은 복잡다단한 탄생 과정과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아제르바이잔, 이탈리아, 프랑스, 캄보디아, 중국, 뉴욕 등 전 세계를 누빈다. 저자의 종횡무진 취재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청바지를 주제로 한 한 편의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는 언어와 문화 장벽을 뛰어넘어 가슴으로 소통할 줄 아는 저자의 열정과 농업, 경제, 환경, 정치, 무역 등 다방면에 걸친 성실한 취재, 세계 각국의 현실에 대한 치우침 없는 이해가 돋보이는 책이다. “지식인의 의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증언하는 것”이라던 프랑스의 철학자 레지 드브레의 말처럼 저자는 섣불리 결론 내리지 않고 그저 객관적인 사실들을 제시하며 자연스럽게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사물의 이면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세계화’라는 현재진행형의 사건이 결코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게 한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세계인의 허리 아래를 점령해 버린 ‘제2의 피부’ 청바지. 그 청바지가 단순히 섬유와 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상품이 아니라 사람들의 눈물과 땀, 희망과 꿈이 담긴 물건임을 보여 주는 저자의 흥미로운 여정에 동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