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금융경제학이 빚어낸 희망과 절망
서브프라임 사태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떻게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을까? 서브프라임 위기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현행 금융 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차이메리카라는 상식에 반하는 경제구조가 왜 유지되고 있을까? 미국의 대규모 재정 적자는 결국 탈(脫)금융, 달러 패권의 종언, 중국 천하로 이어질 것인가? 이 책은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 그리고 그 속에서 한국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현실적 맥락에서 실증적으로 검증한다.
세계 경제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한국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세계 경제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한국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불안한 번영』은 바로 누구나 궁금해 하는 이 두 질문에 대한 진지한 모색의 결과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현실 경제구조에 대한 철저한 해부에 나선다. 그럼으로써 현재의 글로벌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내재적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드러낼 수 있고, 현실 경제구조를 기반으로 한 실증적인 전망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이다.
1부에서 저자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자본주의 최대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어떻게 위기로 비화되는지를 실증적으로 제시하는데, 그 과정에서 흔히 ‘인간이 설계한 악마’ 내지는 ‘악마의 기술’이라고 비판받는 현대의 금융공학이 어떤 논리에 입각해 고안되었으며,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면에서 기여를 하고, 어떤 면에서 문제를 노출했는지를 드러낸다.
이어 2부에서는 그 분석 범위를 현대 금융산업 전반으로 확대한다. 흔히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등의 탄생과 발전과정을 역사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2차 대전 이후 주요 경제 사건들이 모두 금융의 입장에서 재해석된다. 심지어는 IT의 발전이 금융 부문에 어떤 변화를 추동했는지, 차이메리카라는 상식적으로는 얼토당토 않는 교환구조가 실질적으로 양국에 어떻게 윈-윈으로 작용하는지 등이 생생하게 드러날 정도로 말이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제국 미국의 금융 메커니즘 전모가 드러나는데, 이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며, 대대적인 금융 개혁에 대한 전세계적 요구는 결국 저강도 금융 개혁 수준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저자의 예단이 결코 무모한 단정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근거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물론 일부에서는 차이메리카 구조의 붕괴로 세계 경제 흐름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3부의 미국과 중국 경제의 고민에 대한 분석과 세계화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이나 중국 공히 현재의 차이메리카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결국 저자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며, 대대적인 금융 개혁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다음과 같이 예단한다.
“더 이상 금융의 오작동으로 인해 경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위기를 차단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정착시켜야 한다. 그렇지만 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금융 부문의 혁신을 원천적으로 제약해서도 곤란하다. 금융의 기술 혁신은 비행기의 기술 혁신과 다르지 않다. 비행기는 매우 위험하지만, 비행기가 발전하지 않았다면 인간은 아직도 배를 타고 오랜 항해에 시달리며 이동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비행기의 세부적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위험을 낮추는 것이지, 비행기를 못 타게 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이 비행기 기술을 열심히 개발하지 않으면 다른 경쟁국이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경쟁 전략 차원에서도 금융 혁신을 포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이 기존 금융 시스템의 기술적, 제도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다. 오히려 최소한의 시정 조치로 금융 시스템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미국인들은 그쪽을 선택할 것이다. 이런 식의 저강도 금융 개혁은 월스트리트 및 금융대국 미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100쪽)
이렇듯 『불안한 번영』은 향후 한국 경제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실증적인 세계 경제환경 분석서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지난 20~30년에 걸쳐 진행된,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세계적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하는 관계로 독자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방식의 독법을 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근원은 미국의 부동산 불패 신화
가령 서브프라임 위기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벌어질 수 있었는지가 궁금한 독자라면 1부만 읽어도 충분하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흔히 금융공학이라고 부르는 현대 금융 경제학에 대해 알고자 하는 독자라면 2부까지 읽어야 한다. 여기에 세계 경제의 구조적 흐름에 대한 이해까지 원한다면 3부를 통해 G2라 불리는 미국 및 중국 경제의 고민을 살펴봐야 하고, 현재의 글로벌 자본주의를 추동한 신자유주의 자체에 대해서까지 제대로 파악하고자 한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완독하는 것이 좋다.
만일 끝까지 완독한다면 중요한 부산물도 한 가지 얻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20세기 100년에 걸쳐 경제학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저작들이 어떤 맥락에서 대두되었고 또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