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지혜와 역사의 경험이 어우러지다!
살아 있는 중국 현대사 남회근,
기업·금융·국학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말하다
_ 강의가 열리게 된 배경과 청중
『중국문화 만담』은 부키의 남회근 저작선 네 번째 권으로, 중국에 국학 열풍이 한창이던 2007년 하반기에 이루어진 강의를 묶은 것이다. 이 강의는, 선생이 2006년 대륙에 정착해 교육 사업을 위해 만든 태호대학당에서 열렸다. 청중은 기업가, 국학자, 금융인, 대학교수, 언론인 등과 북경대 및 인민대 학생들이었다.
남회근 저작은 모두 강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때까지는 주로 유교 불교 도교의 고전 재해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중국문화 만담』은 이 궤도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기업, 금융, 국학 등이 직면한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의 요청이 있어서다.
세 차례의 강의를 엮은 이 책은 각 부마다 청중이 다르다. 1부 “중국 문화 속의 기업가를 돌아보다”는 북경대학 경영대 교수와 학생이 대상이다. 학생은 주로 MBA 과정의 경영자들이다. 북경대학 경영대(광화관리학원)는 대만 광화기금의 출연을 받아 설립된 곳으로, 광화기금회의 이사장이 남회근 선생이니 이런 인연이 강의가 이루어진 한 배경인 듯하다. 북경대학 경영대는 중국 내 최고의 경영대로 손꼽힌다. 2부 “국학과 중국 문화에 대해 말하다”는 인민대학 국학원의 교수와 학생이 청중이다. 인민대학은 국학 연구의 선두주자로 국학 바람이 불기 전 중국에서 처음 국학원을 설립했다. 전통문화에 대한 요구가 미약하던 시절 국학원을 세웠으니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는데, 그 어려움이 강의 중간에 소개된다. 3부 “중국 문화와 금융 문제에 대해 말하다”는 우리나라로 치면 금융감독원에 해당하는 은행감독회 소속 이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다. 금융 종사자를 위한 강의였던 만큼 상해를 중심으로 한 근현대 중국 은행의 역사와 미국, 프랑스에서 경험한 서구 은행의 모습이 일화로 소개된다.
이렇게 세 분야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두고 역자 신원봉은 그 의의를 이렇게 말한다. “세 차례 강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남 선생이 중국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핵심이라 생각한 것은 기업과 금융 그리고 국학이다. 기업과 금융이 현대 사회를 끌어가는 물적 기반이라면 그것을 기존의 문화와 연계시켜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정신적 기반인 국학이라는 관점이다. 이렇게 본다면 남 선생의 관점은 비단 중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_ 남회근은 살아 있는 중국 현대사다
남회근 선생을 일컫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동양학의 최고수에서부터 대만의 국사, 국학의 권위자, 현대판 공자, 밀종의 대가 등으로 찬사 일색이다. 아흔이던 해에 강의한 이 책에는 세간의 그 같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말이 자신에게 어떤 무게인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백발의 궁녀’라는 표현으로 함축되어 그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기존의 다른 강의에서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인간적 면모다.
올해 아흔 중반이 된 남회근 선생은 격동의 중국 근현대사를 몸으로 겪은 살아 있는 중국 역사다. 북벌 과정, 중일전쟁 참전, 황포군관학교 경험, 대만 정착 과정, 국민당의 대만 패주, 곤궁했던 대만의 경제 상황과 타개 방식, 대만의 토지 국유화 과정, 백색 공포, 대만 유력 인사들이 모두 제자가 되어 오히려 살벌했던 상황, 그로 인해 미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처지, 양안 관계 회복에서 했던 역할, 금온철로 건설 일화, 그리고 현재 아동 경전 교육을 필생의 일로 몰두하는 것 등 이제까지 저자 약력에서 한 줄로 표현되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선생의 이런 삶의 이력은 개인사에 그치지 않는다. 파란을 겪었던 중국 현대사를 그대로 보여 준다.
거기다 개인의 일상적 경험이 고전과 결합되는 지점이 절묘하다. 선생이 보고 듣고 겪은 중국 근현대의 경험이 전통 문화와 절묘하게 결합되어 어느 순간 경제학, 경영학, 금융업, 국학 및 중국 문화의 여러 기본 지식과 기초 개념을 설명한다.
_ 현대 문제의 해법, 고전에서 찾다
이 책의 핵심 중 하나인 경제 문제를 언급할 때도 어김없이 고대와 현대가 만난다. 선생은 현대 중국의 성공한 기업가에 대해 비판적이다. 역사의 우연에 의해 시대가 그들에게 기회를 준 것일 뿐 자신의 힘이 아니라는 견해다. 그런데도 사치를 일삼으며 부를 과시하고 기업 본연의 역할에 소홀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또 기업가로서 리더로서 자기 수양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모른다는 뜻이다. 선생은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을 고전에서 찾는다.
우선 용어의 개념 정리부터 시작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 예를 들어 경제, 철학, 국학, 기업, 사업, 실업 등을 옛사람은 어떻게 보았는지 문헌에서 살핀다. 경제가 무엇인지, 기업은 무엇이고 사업은 무엇인지, 기업과 사업, 실업의 차이는 어떤 것인지, 일본에서 번역되어 들어온 경제라는 용어가 왜 잘못되었는지, 왜 중국문화를 한학이라 부르는지 등 문자적 의미부터 찾아 들어간다. 또 기업가들에게, 사회의 리더들에게 사람됨이나 처사, 돈벌이에서 모범이 될 만한 인물도 그려 낸다. 제나라의 관중, 공자의 제자 자공, 춘추시대 정치가 범려 등의 행적과 사상을 고전 속에서 보여 주는 것이다.
선생은 현대 재정이나 금융, 기업가, 국학 분야에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전에서 답을 찾는다. 역사에 답이 있으니 거기서 교훈을 얻으라는 것이다. 또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니 각자 자기 문화와 지리에 맞는 해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 강의 전반에는 아무 계획 없이 발전하고 있는 국가, 현대 사회에 대한 근심이 자리하고 있다. 선생은 길을 잃고 헤매는 현대인들에게 전통문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이 관중의 『관자』, 사마천의 「화식열전」, 『식화지』 등을 통해 고대인의 경제 관념, 상공업의 발전상, 경제 및 정치 체제, 개인의 삶의 방식을 살피고 이해하는 것이다. 또 그것을 현대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다. 과거의 경제 정책, 재정과 금융 정책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과거의 경험은 지나간 삶에 불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_ 중국문화 만담,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방식의 하나는, 남회근이라는 한 시대의 뛰어난 국학자이자 수행자의 개인적인 면모를 보는 즐거움에도 있을 것이다. 시참(詩讖)이 된 열두 살에 지었던 시에 얽힌 일화, 군벌로 인해 은행에 둔 돈이 사라져 은행을 불신하게 된 이야기, 자신감에 차 스승에게 학문을 자랑하다 『사기』의 「백이숙제열전(伯夷叔齊列傳)」을 백 번 읽고 독서와 학문의 어려움을 체험했던 일, 어떤 일을 하든 조직화하지 않겠다는 삶의 태도 등은 모두 오늘날 남회근을 만든 경험들이다. 또 뛰어난 사람도 시대와 문화의 한계를 벗어나긴 어렵구나 하는 느낌도 갖게 한다. 본문 중간 중간에 중국 중심의 견해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그들의 문화라고 보면 더 큰 이해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선생이 진단한 현대 중국의 문제는 마치 우리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학벌만 높이지 학문은 키우지 않는 교육, 시험으로 줄을 세워 자신을 쓸모없는 인간으로 여기게 하는 세상, 돈만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스승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현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에게 투사하는 삐뚤어진 가정교육 등은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현대의 문제들이다. 비판적인 안목과 깊은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의 고언은 어느 곳에서나 적용이 가능하다.
놓칠 수 없는 것은, 독서를 하는 바른 방법, 글이 몸으로 스며드는 낭송의 효과, 문학작품을 읽는 효용,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는 힘, 적막하고 담박하게 학문 하는 자세, 문학적 소양과 안목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가르침인데, 그 모두가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