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된 유토피아, 공산주의
정치/사회

유예된 유토피아, 공산주의

20세기 박물관 1

출간일 2005년 01월 27일
ISBN 9788985989763
페이지 252쪽
판형 188*254
제본 무선
공유하기

20세기 100년의 결산서, ‘20세기 박물관’ 시리즈

『20세기 박물관』은 20세기 100년이 이전 시대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우리와 같은 시대를 호흡한 사람들에 의해, 우리가 함께 체험한 당대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와 똑같은 심정으로 설명하고, 해석하고, 정리하고자 기획되었다. 주요 역사적 사건들, 주요 인물과 그에 대한 각종 신화, 토론과 전망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관련 사진 및 자료와 함께 제시되는 『20세기 박물관』은 따라서 내셔널리즘과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위해 도색되고 변형된 20세기의 진실한 모습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 독자들로 하여금 과거의 중요한 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해 주는 동시에 관련 주요 인물들의 심적 동기를 이해하게 함으로써 21세기 미래의 전망을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내셔널리즘과 이데올로기로 누더기가 된 20세기!

유감스럽게도 20세기 현대사는 누더기나 다름없다. 다젤리오(Massimo d’Azelio, 1798-1866)가 통일된 이탈리아를 향해 “이탈리아를 만들었다. 이제는 이탈리아인을 만들어야 할 차례다.”라고 토로한 데에서 볼 수 있듯 민족주의적 혹은 국민국가적 정체성 확립을 위해 여기저기 덧칠되었고, 미국과 소련의 주도 하에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리저리 변형된 것이다.

게다가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는 넘쳐나게 되었지만 그에 반비례해 사실(fact)은 파편화·단편화되었다.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전체적 맥락과는 무관한 부분적 이미지가 하나의 흐름을 좌우하게까지 되었다. 과연 그 속에서 어떻게 신화와 사실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그 속에서 허구와 진실을 파악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가슴, 우리의 눈으로 파악한 20세기의 진실!

‘20세기 박물관’의 첫 번째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20세기 박물관’ 집필자들은 각자가 맡은 주제에 대해 사건별로, 인물별로 논의를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최대한 기초적 사실을 분명히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신화를 신화라고, 허구를 허구라고 분명히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게다가 사실의 제시 과정에서 ‘20세기 박물관’ 집필자들은 우리 모두가 체험한 당대의 사건과 인물들을, 우리와 같은 시대를 호흡한 사람들답게 우리와 똑같은 문제의식과 안타까움을 갖고 설명하고 해석한다. ‘20세기 박물관’에서 우리가 한 시대를 함께 살아오면서 느꼈던 희망과 좌절, 자존과 자괴의 염이 농염하게 묻어나는 것도 바로 그래서이고, 그것이 바로 ‘20세기 박물관’의 두 번째 장점이라 할 것이다.


『유예된 유토피아, 공산주의』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 러시아 혁명 이후의 공포 정치는 예정된 것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소련 공산당이 이야기하는 ‘10월 혁명’은 허구이며, 실상 ‘볼셰비키 쿠데타’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 상황에서 진정한 정치적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었던 세력이 볼셰비키뿐이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볼셰비키만이 다양한 민중들의 요구에 따라 행동 방침을 결정했을 뿐 나머지 다른 자유주의자 및 사회주의자 정당들은 당의 강령에 입각해 행동 방침을 결정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 혁명 이후 자행된 볼셰비키의 공포 정치는 예정된 것이었다고 한다. 권력의 완전한 장악을 위해서도 러시아 혁명 당시 민중들의 반발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토지의 국유화, 생산 시설의 국유화’를 실행에 옮겨야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농촌 지역과 공장 지대에 대대적인 탄압이 가해진다. 곡식을 징발하고 탈영병을 줄이기 위해, 또 파업을 없애고 새로운 권력에 대한 잠재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말이다.

- 러시아 혁명에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이 열광한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혁명에 당시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당시의 상황 때문이다. 당시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은 위축되어 있었다. 1871년 3월 18일에서 5월 28일 사이 파리의 시민과 노동자들의 봉기로 세워졌던 혁명적 노동자 정권인 파리 코뮌의 붕괴로 좌절감에 빠진데다, 1차 대전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집단적 학살’이 치유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10월 혁명’은 노동자 계급과 사회주의의 승리를 노래했다. 볼셰비키들은 “우리처럼 하면 가능하다!”는 승리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게다가 체 게바라의 경우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체 게바라는 수많은 전략적·전술적 오류를 저질렀다. 그것을 일일이 들춰내면 그의 군사적 능력을 재고하든가, 아니면 스스로 자멸을 택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는 심지어 “조직적인 공포 정치를 통해 대다수 농민의 중립을 성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 기반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고 실토한 바 있다. 결국 체 게바라 신화는 1968년 당시 서구에서 폭발하던 낭만적 노도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1917년 이후 유럽 사회당의 공산당화는 과연 그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 진보적 지식인들은 왜 공산권의 폐해를 외면했는가?
그와 관련 또 하나 분명히 해두어야 할 사실은 소련을 비롯한 공산 국가에서 벌어진 인권 부재(不在)의 현실이 고발될 때마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그 사실을 무시하거나 외면했다는 점이다. 공산권의 역선전 때문이었을까? 『유예된 유토피아, 공산주의』에서는 그런 이유보다는 진보라는 그들의 공통의 신앙이 탈색되다가 결국 사라질 것이 두려워서였다고 말한다. 그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고발을 자신들의 인간 평등을 향한 굳은 의지, 불의에 항거하는 거센 투쟁, 인류의 형제애에 대한 고발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준 사례가 캄보디아의 참극이었다. ‘미 제국주의자들’과 ‘베트남 국수주의자들’에 맞서 투쟁을 감행해 전 세계로부터 칭송받던 크메르루즈는 일단 권력을 장악하고 나자 전 인구의 4분의 1을 학살했다.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국가를 위해서는 훌륭한 혁명가 100만 명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필요치 않다. 우리는 한 명의 적을 살려두기보다 열 명의 동지를 죽이는 쪽을 택하겠다.”는 의지에서였다. 이런 과정에서 세계의 진보 진영은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해 왔던가?

- 고르바초프에게는 다른 선택이 불가능했는가?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은 결국 체제의 내적 한계에 부딪혔다. 고르바초프에게는 세 가지 선택이 가능했다. 고통스런 스탈린 시절의 자급자족 정책으로의 회귀와 서구와의 전쟁에 가까운 충돌, 아니면 서구와의 전면적 화해였다. 그 중 서구와의 화해가 채택되었다. 중국이나 폴란드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그렇게 함으로써 체제 유지는 가능할 것으로 믿었던 탓이다. 하지만 일단 ‘개방’이 시작되자 거센 물결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고르바초프는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았다. 그의 역사적 가치는 바로 이 점에 있다.

그때까지 서구의 자본주의는 어느 정도 공산주의의 덕을 본 것이 사실이다. 공산당 덕분에 가장 혁명적인 세력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부분적이고 일시적이지만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불만을 표현하기 시작했으며, 혁명 계급이 권력을 잡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혈 사태가 반복되지 않은 것은 바로 그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목차 정보가 아직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필립 뷔통

필립 뷔통은 프랑스 렝스 대학 역사학과 교수로, 포스터를 통해 공산주의와 반공주의의 70년을 돌아본 『Le Couteau entre les dents(입에 문 칼)』, 해방기 프랑스 공산당에 대한 역사적 연구서인『Les lendemains qui déchantent(희망 없는 미래)』등의 저술을 발표한 필립 뷔통(Philippe Buton)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세계적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역사적 이해’에 참여할 것을 권한다.

뷔통은 “공산주의는 과거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공산주의의 문제는 아직도 우리 시대의 중심에 남아 있다.”는 신념을 거두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공산주의를 1917년 레닌과 그의 동지들이 시작한 프로메테우스적 모험이라고 정의한다면 공산주의라는 인류 최초의 유토피아를 향한 집단 모험극은 끝났음에 분명하지만, 현실 사회 속에 남아 있는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불의는 언제든 다양한 메시아적 꿈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페이지 보기 →
도서 소개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