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오늘의 수의사 생활 보고서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깊이 있게 분석한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 다섯 번째 권으로, 22명의 평범한 수의사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오늘의 수의사 생활 보고서.
흔히 알려져 있는 개,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소동물) 진료는 물론이고 소, 닭, 말 등 산업동물(대동물) 진료, 검역, 수의 축산 정책, 공중 보건, 동물 약품 개발, 전염병 연구, 마케팅, 야생동물 진료 및 연구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수의사들이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일과 생활, 보람과 애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 수의보건 장교, 치료견 코디네이터, 미국 수의사도 등장해 더 넓은 수의사의 세계를 소개한다.
수의과대학 생활은 과연 어떤지, 수의대생들 사이에선 왜 과 커플이 많은지, 동물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수의사가 될 수 있는지, 수의사는 돈을 얼마나 버는지 등 수의사에 대한 궁금증도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이 책은 수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청소년들과 진로 지도에 고심하는 학부모 및 교사, 수의사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실용적이고도 구체적인 현장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수의사 입문서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동물은 좋아요! 그런데 수의사는 몰라요?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가족 시청 시간대에 방송되면서 수의사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는 높아진 듯하다. 여기에다 ‘아픈 동물의 친구’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수의과대학의 인기 역시 예전에 비해 매우 높아져, 수의예과의 합격 점수는 수능 3~5% 이내라고 한다. 학과의 높은 합격선이 인기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수의학과는 요즘 ‘뜨는’ 인기학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동물이나 수의학과에 대한 세간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수의사의 일과 생활에 대해서는 그리 알려진 바가 없다. 그저 개나 고양이, 동물원의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 주는 임상 분야만이 수의사 업무의 전부인양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려동물(소동물) 임상은 수의사의 여러 가지 업무 중 하나일 뿐이다.
사스가 발병했을 때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가장 바빴을 검역관, 구제역, 조류 독감 등 악성 가축 전염병이 돌 때마다 달려가는 검역원 및 농림부 공무원, 축산 식품의 안정성 여부를 검사하는 검사관, 군대에서 식품 및 용수 검사를 통해 보건 위생을 책임지고 있는 장교.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수의사’라는 점이다.
수의사는 반려동물 임상뿐 아니라 소, 닭, 말, 돼지 등 산업동물 임상은 물론이고 검역, 수의 축산 정책, 공중 보건, 전염병 연구, 동물 약품 개발, 야생동물 진료 및 연구, 생명공학 및 일반 기초 의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현직에서 일하는 수의사들조차 다른 분야의 수의사들이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고 할 정도로 분야가 다양하다. 수의사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을 뿐 분야에 따라 일의 내용도 성격도 매우 다르다는 뜻이다.
우리가 몰랐던 수의사의 세계
이 책에는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모습의 수의사들이 등장한다. 인턴 수의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동물병원 원장, 젖소·닭·말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대동물 수의사, 동물원 수의사, 야생동물 수의사, 농림부 공무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직원, 동물 약품 회사 연구 소장, 동물 약품 회사 마케팅 매니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분으로 일하는 수의사들이 그들의 일과 생활, 애환과 고충, 보람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기조차 한 치료견 코디네이터와 미국 수의사, 수의 장교도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의 법적인 지위가 ‘의식 있는 생명체’가 아닌 소유주의 사유 재산인 ‘물건’이다. 이러한 현실은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덜어 주며 동물들이 그들 본연의 생태 환경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수의사 본연의 책무를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책에는 이러한 현실에 분개하면서도 타협할 수밖에 없는 반려동물 임상 수의사의 아픔이 잘 묻어난다. 한 수의사는 예방주사 하나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에 속수무책인 채 길에서 죽어 가는 동물들이 속출하는 한편에는 개와 고양의 비만 관리 방법까지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이라고 씁쓸해 한다. 치료비가 많이 나온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싫증났다는 이유로 무조건 안락사를 요구하는 고객들을 대할 때마다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산업동물 임상 수의사들에게도 갈등은 있다. 경제적인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병든 닭을 죽여야 하는 양계 수의사는 ‘닭을 위해서 닭을 죽여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아이러니하다고 토로한다. 더 큰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는 것, 한편 말 못하는 생명을 보살펴야 하면서도 다른 한편 그들을 죽여야 하는 현실은 전염병 연구 및 동물 약품 개발, 검역을 담당하는 수의사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충이기도 하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수의사로 산다는 것은 상당히 고단한 일이며, 또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고 이 책의 필자들은 입을 모은다.
수의사들의 고단한 일상과 치열한 삶의 현장
이 책에는 수의사의 고단한 일상과 치열한 삶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이 책은 무겁지 않다. 말 못하는 동물들을 진료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어처구니없는 실수, 뱀에 물리고 악어에게 쫓기면서도 결코 치료를 포기할 수 없었던 긴박한 상황,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실험 등이 솔직담백하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 책을 가볍게 읽다 보면 ‘생명 존중’이라는 사명을 다하면서 사람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수의사들의 소박한 소망까지 함께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수의사를 희망하는 이 땅의 청소년들과 수의사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수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생활은 어떤지, 보람과 고충은 무엇인지 알려 주는 수의사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