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의 디자이너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흥미진진 디자이너의 세계
포털 사이트(네이버)에서 ‘디자이너가 되려면’이라고 치면 지식 Q&A의 질문 건수가 2165건에 이른다. 디자이너는 PD(4195건), 기자(793건), 의사(3393건), 간호사(741건), 수의사(2918건) 등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 1차분에서 다루고 있는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치이며, 선망의 직업이라 할 수 있는 변호사(1203건)와 비교하면 두 배나 많은 수치다.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직업이라는 방증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디자이너가 말하는 디자이너』 필자들 역시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어느 직업군이나 왜곡된 이미지가 투영되지만 디자이너만큼 심하게 왜곡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는 것이 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미디어, 특히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디자이너의 모습은 한마디로 화려하다. 그러나 디자이너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필자들은 이구동성 입을 모은다.
“텔레비전이 사람을 망치고 있다. TV에 등장하는 디자이너는 대개 무슨 모델 같다. 머리 하고, 화장 하고, 심심하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다. 좋은 차를 몰고 다니고, 거기에 가끔 문화생활까지 즐기는 여유가 있다. 이런 모습을 디자이너의 생활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만 꿈을 접는 것이 좋겠다. 그것은 연예인 수준의 수입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북 디자이너 이승욱 씨)
“(사람들은) 화려하게 차려입고 쓱쓱 디자인 하면 옷이 되는 줄 착각한다. 그러나 현장은 그렇게 여유롭거나 멋있지 않다.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나오기 바빠서 정작 내 옷차림엔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깔끔한 작업실 역시 꿈 같은 소리다.” (의상 디자이너 최광우 씨)
우리가 몰랐던 디자이너의 세계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등장한다.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는 CI/BI 디자이너, 광고 아트 디렉터, 북 디자이너, 웹 디자이너가,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는 문구 소품 디자이너와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가, 공간 디자인 분야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전시 기획 디자이너, 무대 디자이너가, 의상 디자인 분야에서는 프로모션 디자이너와 인하우스 디자이너, 자가 브랜드 디자이너(시장 디자이너) 등이 필자로 참여해 자신의 일과 생활, 보람과 고충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다.
또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주얼리 디자이너와 프로덕션 디자이너, 보도 그래픽 디자이너, 해외로 진출한 디자이너도 필자로 참여해 자신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한다.
디자인의 다양한 분야만큼이나 이들의 경험 역시 다양하다. 경력 3년 안쪽의 새내기 디자이너는 업종 중에서도 험하고 험하다는 의상 디자인 분야의 ‘모진 시다바리’ 생활에 대해 구구절절 토로하기도 하고, 한 캐릭터 디자이너는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날렸던 실수를 고백하기도 한다. 경력 30년의 한 디자이너는 부실한 무대 장치 때문에 그 밑에 들어가 이를 받치고 있었던 아찔한 순간을 회고하고, 어떤 디자이너는 성실하기만 한 사람은 필요 없다고 일갈하기도 한다. 또 다른 디자이너는 좋은 디자인은 경험에서 나온다며 미술 실력 그 자체가 아니라 음악, 책,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감성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흔히 디자이너가 되려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하고,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한 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이란다. 디자인은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것이므로 그 디자인의 쓰임새와 그것을 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사람을 이해해야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
얼핏 도덕 교과서에 나올 법한 진부한 말이지만 디자인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탄탄한 위치를 확보한 중견 디자이너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잔재주’보다는 ‘따뜻한 마음’이, ‘머릿속 이론’보다는 ‘체득한 경험’이 낫다는 만고불변 인생살이의 진리가 디자이너라는 전문직에서도 필요한 덕목이 되는 셈이다.
이 책의 필자들은 디자이너의 모습을 과장하지 않는다. 디자이너 지망생은 많지만 살아남는 디자이너는 많지 않은 무서운 적자생존의 법칙을 일깨워 주기도 하고, 직업인으로서 오래 현장에 남을 수 없는 한국 디자인계의 현실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말이다. 하고 싶다면, 정말로 하고 싶다면 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면 된단다. 다른 어떤 직종보다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디자인의 세계이니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다 보면 언젠가 그렇게 원하던 디자이너가 되어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