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결을 고민하는 판사의 모습
김경호 씨는 자신의 예비판사 시절 양형을 정하는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범죄를 범한 피고인의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은 필수이지만 수많은 피고인이 자필로 작성한 반성문과 지인들의 탄원서를 읽다 보면 사람까지 미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금과옥조는 단순히 금과옥조가 아닌 현실임을 털어놓고 있다.
한편 재판부가 내린 판결이 과연 ‘실제적 진실’인지 마지막까지 의심하고 고민하는 판사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검사의 모습은 가짜다!
최근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검사의 모습도 일반인의 생각과는 좀 다르다. 임수빈 검사는 사람들이 “검사라면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할지라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검사가 되기 전이나 검사가 되고 난 후나 살인범이나 조직폭력배 등을 대할 때 무서움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라고 고백한다. 또 이런저런 사건을 접하다 보면 서민의 애환을 피부로 느끼게 된단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수표 부도 사건이 급증하고, 살기 어려워 감정이 팍팍해진 서민들이 술 한잔 마시고 별것 아닌 일로 싸움도 많이 하며, 없는 살림에 돈을 떼어먹혔다고 고소하는 경우도 많단다.
검사 생활 오래하면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는데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사건을 접하기 때문이란다.
변호사들은 어떨까?
의뢰인의 말을 믿고 소송을 진행했더니 그 의뢰인이 보험 사기로 구속되었더라는 황당한 사연도 있고(한문철 변호사), ‘원진 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재해’ 사건을 맡아 결국 승소한 기쁨을 고백하기도 한다(이경우 변호사).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전문으로 하여 밤이든 새벽이든 상관없이 전화벨이 울리는 대로 법률 자문을 하기도 하고(표종록 변호사), 투표소가 3층에 설치되어 있어 선거권을 포기해야 했던 지체 장애인이 국가 배상 사건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확인받는 일에 이름을 걸었던 것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다고(김진 변호사)도 한다. 또 회사 내에서는 변호사이기 이전에 ‘과장’이라며 소송을 거의 하지 않는 기업 변호사들의 이야기도 있다.
법조인의 입장에서 볼 때 기업 변호사라는 직역은 한마디로 일은 적고 시간적 여유는 많은 부류로 여겨지고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러한 인식이 그리 틀린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대형 로펌으로 진출한 변호사들은 맡은 일을 정해진 기한 내에 처리하기 위해 토요일, 일요일 할 것 없이 출근해야 하며, 판·검사와 개인 사무실 소속 변호사들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 반면 나를 비롯한 기업 변호사들은 정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는 확실하게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략)…
그러나 상황은 점차 변하고 있다. …(중략)…
“권 변호사, 요즘 로펌에 간 1, 2년차 변호사들은 밤 1~2시까지 일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권 변호사도 최소한 12시까지는 일해야 되지 않겠어?”
우리 회사 법무실장님이 지나가면서 농담 삼아 하시는 말씀이다. 이 농담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권순기, 한화그룹 법무실 변호사)
국내에서 미국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진 변호사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미국 변호사의 생활상을 전하기도 한다.
미국에는 엄청난 수의 변호사가 있고 변호사 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따라서 성의 없고 실력 없는 변호사는 생활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보통 재판이 시작될 때쯤에는 재판 준비를 하느라 며칠씩 밤을 새우는 것은 예사이고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재판을 연출하기 위해 온 직원들이 머리를 짜서 재판 전략을 세우곤 한다.
대신 좋은 점도 많다. 주먹보다 법이 앞서는 미국에서는 변호사의 사회적 지위와 수입이 의사 못지않게 좋다. 만약 담배 관련 소송이나 항공기 사고 같은 대형 사건을 맡아 승소하면 수임료가 최소 수억 원에서 최대 수백억 원씩 된다. 그러니 실력 있는 변호사의 수입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김형진, 미국 변호사)
법조인의 삶과 애환, 그리고 보람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법조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폭탄주’가 좋지는 않지만 격무 때문에라도 검사 사회 내에서 ‘폭탄주’를 영원히 추방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검사도 있고, 판결문 초안을 부장판사에게 보이는 ‘납품 기일’에 전전긍긍하며 배석판사란 마감일에 쫓기는 만화가처럼 납품 기일에 쫓기는 인생이라는 판사도 있다.
야근은 물론이고 휴일도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집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이 되는 경우가 흔하고, 특히 판사․검사의 경우 순환 근무로 서울과 지방을 오가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법복이 주는 소명’(판사)과 ‘나는 대한민국 검사’라는 자부심이다. 또 변호사들에게는 의뢰인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기쁨이 있다.
이 책의 필자들은 굳이 이러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어쩌면 그러한 자부심이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