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자가 할 수 있는 삽질과 실수를 다 모았다!
로맨스 소설 작가이자 딴지 관광청 여행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정숙영(일명 정박사, 미키녹스)의 두 차례에 걸친 유럽 여행기. 초보 배낭여행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삽질’과 ‘실수’가 고스란히 들어 있어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유럽 여행을 한 번 연습한 듯한 훌륭한 시뮬레이션 효과를 제공한다.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배꼽을 잡는 유머로 버무려진 유쾌한 입담. 자신의 인생을 바꾸게 된 여행(이 여행 이후 필자는 여행 전문 기자로 본격 전업했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무겁지 않게, 그러나 차근차근 자신을 성찰하며 여행의 의미를 깨달아 가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지, 건강은 받쳐 줄지, 준비할 시간은 모자라지 않는지,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건 아닌지, 영어가 짧은데 가능할지, 다녀와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로막는 각종 소심증을 과감하게 떨치고 용감하게 떠나 보라고 꼬드긴다. 어쩌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를 여행이 될 거라면서.
이 여행기는 다음과 같은 증상에 잘 듣습니다.
1.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중 루트, 숙소, 언어, 항공권, 패스 등 각종 복잡한 준비 사항의 압박으로 발생하는 두통
2. ‘헬로’와 ‘땡큐’만 아는 영어 젬병이라 언어 장벽이 무서운 영어 공포증
3. 평소 덜렁거리기, 칠칠치 못하기로 국가 대표급인지라, 배낭여행 간다고 했더니 엄마가 “기왕 죽으려면 객사하지 말고 집에서 곱게 죽어라.” 하며 말리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가고 싶어서 애태우다 생기는 화병
4. 나이가 너무 많지 않은지, 건강은 받쳐 줄지, 준비할 시간은 모자라지 않는지,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건 아닌지, 다녀와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로막는 각종 소심증
5. 몇 년 전 다녀온 유럽 배낭여행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사진은 물론 여행 갔을 때 신었던 양말 한 짝만 봐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향수병
6. 요령 부족, 판단 미스, 타이밍 착오 등으로 생긴 수많은 태클에 쓰러지고 상처 입으며, 인생이 흑인 머리카락처럼 마냥 꼬여 앞날이 막막하고 캄캄하여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러나 아직은 너무 젊은 당신이 느끼고 있는 바로 그 염증
★ 주의 사항 : 이 책을 읽고 난 뒤 인생이 바뀌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어쩌다보니 유럽이네!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 한다. 잠시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비일상의 이공간에 가고 싶어 한다. 그것이 도피이든, 휴식이든, 또 다른 모험이든.
그러나 막상 가방 메고 떠나는 건 쉽지 않다. 이박 삼일의 출장에도 싸야 할 짐과 그 사이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다. 그만큼 일상은 지루하지만 힘이 세다.
그런데 한 달이 넘는 배낭여행을, 적어도 백만 원 이상의 돈이 드는 배낭여행을 별 고민 없이, 별 준비 없이 떠난 사람이 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라 두 번 씩이나. 동네 약수터에 마실 나가듯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후루룩 해치워 버린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읽고만 있어도 좋은 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의 필자 정숙영(일명 정박사, 혹은 미키녹스)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첫 번째 유럽 여행(1부 내용)은 필자의 표현대로라면 완전 ‘노플랜(No Plan)’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차원 세계에 빠진 것 같은, 여행 자체가 ‘삽질’과 ‘무대뽀’의 점철이었다. 초보 배낭여행자가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며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실수를 다 했다. 그런데 그 실수담이 매우 유쾌하다.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삽질’의 연속이었지만 배낭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반면교사’의 엑기스이자 훌륭한 유럽 여행 시뮬레이션이 된다. 물론 두 번째 유럽 여행(2부 내용) 또한 ‘갑자기’ ‘뜬금없이’ 떠난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미 여행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아 버린 그는, 좀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푸근하고 친절하게 독자들에게 이것저것 유용한 정보를 알려 준다. 한마디로 이 책은 유럽 여행을 날로 먹는 가장 유쾌한 비법을 알려 주고 있다.
필자는 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배낭여행이란 것, 정보가 많고 상식이 많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사물을 받아들이는 열린 오감과 주어진 환경을 즐기는 적극성만 있다면 정보에만 의존하는 여행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재밌을 수 있다. 삽질이 두려운가? 그렇다면 이 여행기를 보면서 간접 체험 제대로 하고 가시라. 장담하건대 이 여행기 안에는 유럽 배낭여행자들이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삽질, 실수, 낭패가 다 들어 있을 거다.
고급스러운 체험은 하나도 없다. 레포츠라든가 축구, 투우, 뮤지컬, 오페라 등. 하지만 아쉬움이나 후회는 조금도 없다. 만들어 놓은 것을 본 대신, 내가 만들어 가는 여행을 했으니까.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여행을 했으니까.”
무작정 떠나도 괜찮아 잘 될 거야
흔히 여행서는 가이드북의 성격을 띤다. 어디 어디 가면 무엇이 있고, 어디 어디 가면 어떤 게 맛있다. 여행 일정이 2박 3일이라면 이런이런 코스로 가면 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가이드북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그 자신 또한 가이드북을 쓰는 저자이지만 이러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가이드북을 보면서, 또 내가 직접 가이드북을 쓰기도 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다. 가이드북의 수요자나 기획자 모두 ‘하루 알차게 보내기 코스’를 요구한다. 몇 시에는 어디로 가고, 몇 시에는 어디서 밥을 먹고, 이런 식의 루트를 계획해 주기를 바란다.
나는 반대한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여행이란 떠남, 그 자체로 모든 것이 볼거리이며 할 거리이며 들을 거리이다. 시간 제한과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가득 찬 코스가, 나중에 얼마나 추억에 도움이 될지 정말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 내 마음에 드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가슴 깊이 느끼는 여행이 백 번, 천 번 훌륭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백 번 양보해서 단기 관광객에게는 이런 1일 여행 계획이 유용할 수도 있다. 2박 3일이나 3박 4일 동안 관광만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라면, 남이 짜 주는 코스를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배낭여행자라면 절대 지양하시라. 그 시간과 그 비용을 들인 여행을 단순한 한 달짜리 관광으로 만들고 싶은가?”
필자는 책 곳곳에서 여행자로서의 열린 자세가 얼마나 그 여행을 풍요롭게 해 주는지 그 자신의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증명한다. 또 나는 무엇 무엇이 싫어, 라고 미리 규정하지 말라고, 우선 경험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 변경해도 된다고 조언한다. 출발하기 전 미리 짜 두었던 여행 루트나 일정 때문에 지금 있고 싶고, 더 머무르고 싶은 것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노플랜’ ‘사차원’ 여행이 되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는 것이다.
읽고만 있어도 정말 좋구나 :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가 여행을 떠날 순 없다.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는 대리 만족이 되기도 한다. 이 점에서 『읽고만 있어도 좋은 노플랜 사차원 유럽 여행』은 훌륭하다. 이 책에는 단 한 컷의 사진도 없다. 대부분의 여행서들이 풍광과 사진으로 보는 이의 감상을 불러일으킨다면 이 책은 오로지 ‘글’로 승부한다. 그래서 읽는 동안 배꼽이 빠지게 유쾌하고, 읽은 후엔 그것만으로도 좋다. 두 차례의 유럽 여행을 통해 훌쩍 성장한 필자를 통해 독자 또한 함께 성장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길 위에서 꼼꼼하게 자신의 느낌을 적었던 필자의 집요하기까지 한 메모 습관과 이미 로맨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필력의 힘이겠지만 무엇보다도 필자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유머 감각도 한몫 하는 듯하다.
필자의 여행 뒷이야기를 풀어 놓았던 블로그(http://blog.naver.com/mickeynox)가 지금까지도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 정평이 난 것도, 그저 여행의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