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의사들이 말하는 의사의 세계
의사는 검사, 판사, 변호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자 돌림 직업이다. 그 중 의사는 변호사와 함께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사회적인 지위도 높은 직군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의대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전국의 의과대학은 학생들이 혹은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 중 하나이며, 최근 의학대학원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의학대학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 의대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 및 조기 퇴직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잘나가는 대기업에 입사해도 더 이상 미래를 보장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의대는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졸업만 하면 탄탄한 지위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의사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던지는 질문. 의사들은 정말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것일까, 병원은 결코 망하지 않는 것일까? 『의사가 말하는 의사』의 필자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의사들에게도 호시절이 있었으나 분명 과거일 뿐 의사의 수입은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개인병원의 폐업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의사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인 윤택함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의사’라는 직업을 경제적인 안정과 높은 사회적인 지위로만 판단해 선택한다면 그 선택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알려진 의사의 모습 vs 실제 의사의 모습
이 책의 필자들은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의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골프를 치며 호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여느 아빠들처럼 맞벌이를 하면서 딸의 등교를 챙겨야 하고, 전셋집에 살며 오래된 소형차를 몰고 다니는 평범한 생활인이 대부분이다. 개인병원을 개업한 개원의이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이건 대부분 그렇다. 그들이 특별히 돈에 대해 관심이 없다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라 이 땅의 보통 의사들이 그렇단다. 이러한 의사들의 항변은 의사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의사에 대해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인다. 즉 의사를 부러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들이 생명을 경시하고 돈만 알고 윤리 의식이 낮다고 비난한다. 즉 내가 혹은 내 자식이, 내 친척이 의사가 되는 것은 든든해 하지만 내가 환자로서 만나는 의사들에 대해서는 냉정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이 책의 필자들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일반인과 의사, 환자와 의사 사이의 화해를 모색하면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의사에 대한 환상 깨기를 시도한다.
의사의 일과 생활, 애환과 고충 그리고 보람
이 책에는 다양한 모습의 의사들이 등장한다. 대학 병원, 중소 병원, 개인 병원, 공공 의료 기관에서 원장, 과장, 레지던트, 인턴, 공중보건의사 등 다양한 신분으로 일하는 의사들이 그들의 일과 생활, 애환과 고충, 보람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 결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알고는 있지만 실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 실수를 환자에게 고백하며 용서를 구했던 것도, 소명의식으로 환자를 대하지만 환자의 태도에 따라 자신의 진료 태도가 달라지는 것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새벽잠을 설치면서 수술했는데 아침에 칭찬은커녕 혼자 수술 먼저 했다고 혼나고 의기소침해 하는 의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실 의사는 ‘의사’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너무나 다른 전문 분야의 일을 가지고 있다. 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만 따져 봐도 그렇다. 내과나 소아과처럼 약물로만 치료하는 의사도 있고 일반외과나 정형외과 비뇨기과처럼 수술만 하는 의사도 있다. 가정의학과 의사처럼 사람의 모든 건강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안과 의사처럼 눈의 건강에만 관심을 쏟는 의사도 있다. 또 이 책에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의사들도 등장한다. 의료 현장을 떠나 메스가 아닌 펜으로 더 큰 환부를 치료하고자 하는 의료 전문 기자도 있고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반 의사로서 섬 진료에 매진한 의사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의사의 세계를 각 분야의 의사들이 가감 없이 전해 주는 것이 바로 『의사가 말하는 의사』이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은 자신이 생각한 의사의 이미지와 다르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적어도 돈은 많이 벌 줄 알았는데 전문의가 되어도 개업을 해도 생각보다 돈을 못 번다고 하니 의아할 것이고, 의사라면 생명을 존중하고 헌신적이어야 하는데 알고 보니 평범하고 범속하다고 실망할 수도 있다. 생각과는 다른 현실을 정확하게 알려 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기획 의도이자 목적이기도 하다.
이 책의 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의사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일 뿐 결코 남들과 다르지 않다.”고. 다만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생명을 다룬다는 책임감이 커지며 그 소명을 다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고.
이 책은 그들끼리 고립된 섬이 아니라 사람들과, 환자들과 호흡하며 함께 세상을 살아가려는 의사들의 진솔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따라서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일러주는 데 손색이 없다.